소독하는 날
소리가 안 나면 영상의 스피커 단추를 누르세요. 자막은 영상에 박혀 있고, 유튜브용 SRT 도 따로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릴 1080p 원본(MP4)은 작업 맥에 있습니다: workspaces/게임/공포-유튜브/render/out/sodok-master-1080p.mp4 (1.6GB, CRF 18) · 웹용 sodok-web-1080p.mp4 (181MB).
대본
저희가 살던 아파트에는, 일 년에 하루, 밤에 하는 소독이 있었습니다.
지방 소도시의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였습니다. 저희 집은 5층 끝에서 두 번째, 504호였습니다. 봄마다 관리사무소에서 같은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소독 안내.
4월 둘째 주 금요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각 세대는 현관문 안쪽 틈을 신문지로 막아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시간 동안 복도 전등은 소등됩니다.
복도 출입을 삼가 주십시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라도, 열지 마십시오.
관리사무소.
어머니는 그 종이를 읽고 나면 신문지를 두 겹으로 접어 현관문 안쪽에 테이프로 붙였습니다. 문틈 아래쪽은 특히 꼼꼼하게요. 제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어머니는 늘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소독하잖아.
그 아파트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집이 있으면 옆집 아주머니가 먼저 찾아가서 알려 주었습니다. 처음이면 모르실 텐데, 신문지는 두 겹으로 하세요.
제가 국민학교 3학년이던 해의 소독 날이었습니다. 밤 10시가 되자 복도 불이 꺼졌습니다. 그날은 아무도 자러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도 평소보다 일찍 들어와 있었고, 저희 식구는 텔레비전을 아주 작게 틀어 놓고 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새벽 1시쯤이었을 겁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천천히 걷다가, 집 앞에서 멈췄습니다. 문을 두 번 두드렸습니다. 잠시 뒤 다시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집 앞에서 또 멈췄습니다.
발소리가 503호 앞에서 멈췄을 때, 아버지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 소리를 한 칸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 문이 두 번 울렸습니다. 어머니는 제 손을 잡았고, 아버지는 화면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현관 쪽을 보았습니다. 신문지 아래 귀퉁이의 테이프가 조금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복도 불은 분명히 꺼져 있었는데요. 손전등 불빛이 아니라, 형광등처럼 희고 고른 빛이었습니다. 저는 그 빛만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505호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빛은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복도는 평소와 같았습니다. 신문지를 떼어 내는 소리가 집집마다 났고, 아이들은 학교에 갔습니다. 저는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빛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해 가을, 저희는 그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전근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전근 이야기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짐을 쌌습니다. 이삿짐을 내리던 날 관리소장님이 올라와 아버지와 악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내려다보더니 사탕 하나를 쥐여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일찍 가시네요.
어른이 되고 나서 어머니께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소독, 뭐였어. 어머니는 한참 뒤에 대답했습니다. 그 아파트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어. 왜인지는 몰라도 돼.
몇 해 전, 그 아파트가 재건축으로 헐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철거 현장 사진에는 오래된 복도와 504호 현관문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다른 도시의 새 아파트에 삽니다. 지난봄, 엘리베이터 안에 소독 안내문이 한 장 붙었습니다. 처음 보는 양식이었고, 관리사무소 직인도 찍혀 있었습니다. 맨 아래에 작은 글씨로 한 줄이 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라도, 열지 마십시오. 저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날 퇴근길에 신문을 한 부 샀습니다. 두 겹으로 접어서 현관문 안쪽에 붙였습니다. 아래쪽 틈은 특히 꼼꼼하게요. 아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소독하잖아.
아내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저는 텔레비전 소리를 한 칸 올렸습니다.
만든 방법
- 해외 커뮤니티 공포썰 약 160편(r/nosleep 35, 크리피파스타 43, 단편·목격담 31, /x/·2ch 洒落怖·아날로그 호러 29, SCP 재단 26)을 읽고 형식과 장치만 빌렸습니다. 줄거리는 새로 썼습니다.
- 빌린 장치: 어른들은 알고 있었다(洒落怖) · 제도로 관리되는 이상과 공식 어투의 오염(SCP, Local 58) · 반복 속 작은 어긋남 · 반응을 보여 주고 원인은 숨김 · 핵심 하나는 끝내 말하지 않음 · 첫 문장으로 되돌아오는 결말.
- 그림: 미드저니(장면 14장, 만료 35mm 필름 톤) + 챗지피티(손 장면 2장). 움직임·전환·스노우 노이즈·그레인·안내문 글자는 캔버스 렌더러로 직접 그려 ffmpeg 로 묶었습니다.
- 소리: 타입캐스트 웹 에디터(대진, 1.1배속, 문장별 69개 파일) · gamesound AI BGM 3곡 · gamesound 라이브러리 효과음 18개 · 목소리 구간에서 음악을 눌러 주는 사이드체인 · 전체 -16 LUFS.
장면 연출 메모
- S01 제목: 안개 낀 복도, 느린 줌아웃, 깜빡임.
- S03 안내문: 게시판 종이에 글자를 올리고 천천히 당겨 들어감. 마지막 줄 앞에서 쉼.
- S06~S09 밤: 복도는 사람·그림자 없이 비워 둠(지피티 검토 권고). 발소리 → 노크 두 번 → 리모컨 → 문틈 빛. 노크는 효과음으로만.
- S12 → S14: TV 스노우 전환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 S16: 「소독하잖아」 뒤 1.6초 쉼, 마지막 문장은 평범하게, 긴 여운 뒤 암전.